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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스쿨링/교과목공부

초등 영어, 수학 학원 선행을 하지 않고 엄마표 자기주도학습을 하는 이유와 방법

작년,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일 때 대구교육청 사교육 없는 학습 실천 우수사례 수기공모에 응모했었어요. 비록 입상은 못했지만 꼬북아내의 자녀 교육관에 대해 잘 설명할 수 있는 글이라 생각되어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꼬북아내는 지금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에게 교과목에 관련된 학원을 보내지 않고 집에서 스스로 학습 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어요. 엄마인 제가 과외 하듯이 공부를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배운 내용에 대해 스스로 복습할 수 있도록 학습플래너 관리만 해주고 있어요.

 

선행을 하지 않아 초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 학교 담임선생님께 곱셈과 나눗셈을 처음 배웠지만 담임선생님께서 계산 뿐만 아니라 서술형 문제에 대한 이해와 해결을 잘한다는 칭찬을 들었어요.

대부분 부모님들은 초등 1,2학년은 저학년이라 엄마표 공부가 가능하지만 초등 3학년부터는 무조건 학원에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하지만 아들을 보면서 선행 없이 학교 공부가 가능하다는 것에 대한 확신이 들었답니다.

 

학원이나 과외의 도움 없이, 선행 없이 스스로 공부 스케줄을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는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한 아이로 키우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저와 남편의 꿈은 경제적으로 어려워 자녀의 교육비에 많은 투자를 할 수 없는 부모님들에게 희망을 드리고, 현실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학습 방법에 대해 조언할 수 있는 실력과 세미나를 개최하는 것입니다.

 

아래 글은 제가 2020년 대구교육청 사교육 없는 학습 실천 우수사례 수기공모 했을 때 작성한 글입니다.

내 아이에게 진짜 실력을 주고 싶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학습지 교사로 취업을 했다. 결혼하고 아이를 임신하기 전까지 만 5년 동안 많은 아이들을 보았고, 미래의 자녀 학습에 대해 고민을 하기도 했다. 사교육의 현장에서 일하던 때라 초등학교 입학 전에 덧셈과 뺄셈 뿐 아니라 곱셈, 나눗셈까지 예습을 하고 입학해야 학교생활이 쉽다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는 중학교 수학은 마스터해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자녀가 태어나고 남편과 아이의 학습에 대해 고민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어떤 방향으로 지도할지 결정했다. 학교 성적 때문에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진짜 실력을 주고 싶었다. 자녀가 중고등학교를 진학하거나 성인이 되어서도 궁금한 분야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공부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싶었다.

  수학을 미리 예습 하고 기계적으로 빨리 푸는 연습만 한 아이는 문제가 어려우면 스스로 고민하지 않고 쉽게 포기하며 누군가 답을 빨리 가르쳐주기를 바란다. 나는 내 자녀가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고민 하고 고민 하고, 또 고민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싶었다. 또 책에서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언어 독해력을 길러 주고 싶었다. 그리고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자기 관리 능력이 있었으면 했다.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사교육을 시키지 않았고 유치원도 보내지 않은 채 초등학교에 진학시켰다.

 

  1. 수학은 고민하며 풀어야 진짜 실력이다.

  수학은 빨리 푸는 계산력보다 원리를 이해해야 하며, 수학 풀이가 막혔을 때는 어떻게 하면 풀 수 있을지 고민하며 스스로 풀어보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수학 풀이에 성공하는 횟수가 많아지면 아이는 수학을 좋아하게 되고 수학에 대한 자신감도 커지게 되리라 믿었다.

  내 아이가 그런 아이가 되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학원이나 과외를 하지 않고, 그 흔한 방문 학습지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다음의 원칙에 근거해서 학습을 지도했다.

 

  원칙1. 예습은 절대 하지 않고 복습만 철저히 했다.

  아이의 학교 친구들을 보니 초등학교 입학 전에 덧셈과 뺄셈은 물론이고 구구단도 다 외우고 입학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나는 학교 선생님이 재미있고 체계적으로 수학 원리를 잘 가르쳐 주실 거란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초등학교 입학 전에 더하기, 빼기는 물론 구구단도 미리 가르치지 않았다. 아이는 덧셈과 뺄셈을 배울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했고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사실에 즐거워하며 학교생활을 했다.

  학교 선생님께 덧셈과 뺄셈을 처음 배운 아이는 암산능력이 부족해서 손가락을 사용해서 계산하다 모자라면 발가락까지 보태며 더하기와 빼기를 했다. 아이가 “다른 애들은 답을 미리 알아?” 라고 말할 정도로 계산 속도가 느렸지만, 지금은 학기가 지나면 지날수록 학습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예습을 하지 않고 복습만 하기 때문에 개념이 적혀있는 문제집은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제일 기본이 되는 ‘EBS계산왕'이나 '천재교육 계산박사'와 같은 쉬운 문제지로 기초를 다졌고, 학교에서 한 단원이 끝날 때마다 그 전에 배운 단원에 대해 잘 이해했는지 단원평가 문제지로 점검을 했다.

 

  원칙2. 방학에는 직전 학기의 부족했던 부분을 복습했다.

  학원이나 과외로 사교육을 하는 아이들은 방학 때 다음 학기의 내용을 예습한다. 그러나 나는 아이의 복습을 위해 전 학기의 문제지를 구입했다. 방학은 학습결손을 메우기에 최적의 시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습결손을 메우지 않고 계속 예습만 한다면 학습에 구멍이 생겨서 고학년이 될수록 수학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1학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때는 아이가 학기 중에 어려워했던 덧셈과 뺄셈 부분과 관계있는 문제지를 구입해서 매일매일 일정량을 풀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2학년 여름방학 때도 학기 중에 많이 틀렸고 어려워했던 덧셈과 뺄셈을 다시 풀기 위해서 같은 문제지를 구입해서 그 부분만 다시 복습했다.

  아이가 학교에서 배운 단원을 이해하지만 어려워서 연습이 더 필요한 경우라면 풀어보지 않았던 문제지 중에 선택하고, 이해하지 못해서 많이 틀렸던 경우는 학기 중에 풀었던 문제지와 동일한 문제지를 구입해서 부족했던 단원만 연습하도록 했다. 

 

  원칙3. 모르는 수학문제는 바로 가르쳐주지 않았다.

  수학문제지를 풀다가 가끔 만나는 어려운 문제도 푸는 방법을 바로 가르쳐주지 않았다. 집에서는 복습만 하기 때문에 당장은 풀기 어려운 문제라도 생각하면 충분히 풀 수 있다고 생각해서 아이에게 시간을 많이 줬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면 잠시 다른 것을 하며 놀게 했다가 다시 문제를 보도록 했다. 그러면 아이는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발견해서 스스로 풀었다. 아이가 스스로 고민해서 풀었던 문제는 다음에 다시 틀리지 않았다. 

 

  2. 모든 학습의 기초는 국어 독해력이다.

  학습지 교사를 할 때, 고학년인데도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은 것에 놀랐다. 국어 독해력이 뛰어난 아이는 국어 과목뿐만 아니라 사회나 과학, 수학까지 이해하는 속도와 성취도가 높았다. 그리고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영어 실력까지 국어 능력이 좌우했다.

그래서 내 아이에게 수학, 영어, 사화, 과학 학원에 휘둘려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기보다 모든 과목의 기초인 국어 독해력만 잡기로 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지도했다.

 

  첫째,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시간을 가졌다.

  유아기에는 책을 읽어주는 부모가 많지만 아이가 한글을 떼고 나면 스스로 읽으라고 대부분 책 읽어주기를 멈춘다. 하지만 초등학생 이후에도 부모가 책을 읽어주면 관심 있는 분야가 확장이 되면서 문학뿐만 아니라 사회, 과학, 미술 등 관심의 폭이 넓어진다.

  책을 스스로 읽기 시작하는 저학년 아이들은 글이 많거나 내용이 어려운 것은 피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이솝우화나 전래동화, 학습만화 같은 책만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계속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시간을 가졌던 아이는 다양한 관심 분야에 대해 자유롭게 궁금해 하고, 그 궁금증을 부모의 목소리로 들으니 어려운 내용의 책이라도 읽기 부담이 없어서 관심의 폭이 더욱 확장된다.

아이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의 도서, 혹은 그보다 1~3학년 위의 수준의 추천도서를 선택해서 읽어줬다. 그리고 잠들기 전 10~15분 정도 읽어주는데, 다 읽어줄 수 없는 두께의 도서인 경우에는 소 챕터 1~2개 정도 읽어줬다. 그렇게 읽어준 책 중에 관심이 있고 재미있었던 책은 아무리 두껍더라도 아이가 스스로 즐기면서 읽게 되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 ‘힘들더라도 매일 책을 읽어주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독서의 폭이 넓어지고 글밥 많은 책에 두려움이 없어지면 자연히 독해력이 깊어지리라 생각한다.

 

  둘째, 소리 내서 읽는 연습을 매일 한다.

  책을 스스로 읽기 시작하는 저학년일 때는 묵독보다는 음독(소리 내서 읽기)을 할 때 문장을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난독증으로 인한 학습장애의 위험도 줄여줄 수 있기 때문에 책을 소리 내서 읽는 연습을 매일 하도록 지도했다.

  아이가 소리 내서 책을 읽을 때, 글자나 소리를 틀리게 읽는 부분은 없는지, 한 글자 한 글자 끊어 읽지는 않은지 확인하면서 자연스럽게 줄줄 읽을 수 있도록 지도했다. 아이가 음독(낭독)연습을 매일 하면서 읽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성우가 읽어주는 오디오북처럼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음독(낭독)을 하면서 문장 이해도가 높아지게 되었고 자연히 묵독을 할 때도 책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3. 모국어 습득 과정처럼 영어실력도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다.

  '영화를 자막 없이 보면서 영어 실력을 키웠다.‘처럼 미디어를 통한 영어 학습 방법에 대한 많은 수기와 경험담을 접하면서 진짜로 그것이 가능한지 내 아이에게 실험을 해보고 싶었다. 그렇게 한 결과 정말로 영화나 만화로 영어 학습이 가능했고, 모국어 습득 과정과 동일한 방법으로 영어 실력을 키울 수 있었다. 아이에게 영어 단어의 뜻을 가르쳐 준 적이 없는데 만화나 영화에 나오는 영어 단어나 문장의 뜻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고 영어 만화를 보면서 깔깔거리며 웃기도 하고 나에게 내용을 설명해주기도 했다.

  영어 학원에 보내지 않고도 원어민처럼 듣고 말할 수 있는 실력을 키울 수 있었던 영어 지도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좋아하는 만화로 영어듣기 연습을 했다.

  넷플릭스로 아이가 원하는 내용의 만화를 매일 1시간 정도 영어로 보여줬다. 그리고 영어 만화를 보는 중에 아이에게 이해하고 있는지, 단어나 문장의 뜻이 무엇인지 테스트하거나 절대로 질문하지 않았다. 그럼으로 아이에게 영어로 된 만화를 보는 것은 휴식이고 즐거움으로 느끼게 했다.

  아이가 영어로 만화를 보기 시작한 지 3~4년 정도 지나자 아기가 3~4살 때 단어나 문장으로 말하는 것처럼 갑자기 영어로 말하기 시작 했다. 아이는 영어로 말하는 것이 즐거운지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로 영어 말하기 동영상을 자주 찍으며 놀았다. 그런 아이의 모습에 영어 학습도 문법이나 알파벳을 먼저 배우기보다 모국어를 배우는 과정처럼 듣기와 말하기로 재미있게 영어 학습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둘째, 영어독서로 문법과 어휘 학습을 했다.

모국어인 한국어도 독서가 중요하듯이 영어도 영어독서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읽어줄 수 있는 실력이 안 되어서 읽어주지 못했다. 그래서 원어민이 읽어주는 오디오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라즈키즈’ 라는 영어 독서 어플을 알게 되었다. 일 년에 3만원대 금액으로 미국 초,중,고등학교에서 읽는 추천도서를 원어민의 발음으로 듣고 따라 읽을 수 있다.

  아이가 영어 만화나 영화로 영어를 익혔을 때는 의미는 통하지만 문법이 틀릴 때가 가끔 있었다. 하지만 영어독서를 함께 함으로써 문법이 정확한 영어 말하기가 가능해졌다. 일주일 단위로 책 한권씩 읽는데 같은 책을 매일 5번씩 듣고 따라 읽는 학습을 했다. 이렇게 하면 1년 동안 약 52권의 영어책을 읽을 수 있다.

 

 

4. 스스로 하는 공부 습관은 교육비를 아끼는 지름길이다.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입학할 때부터 혼자 책가방을 챙길 수 있는 생활 습관과 스스로 하는 공부 습관을 어떻게 하면 길러줄 수 있을 지에 대해 고민했다.

  초등학교 입학하고 나서 1학년 때는 스스로 책가방과 준비물을 챙기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체크 리스트에 공부 뿐만 아니라 해야 하는 할 일의 체크 리스트도 포함시켰다.

등교 전에 양치와 세수하기, 옷 입기 등 등교 준비부터 하교 후에 알림장 꺼내기, 축구 센터 갈 준비하기 등등 스스로 해야 하는 생활 습관까지 체크 리스트에 적어두었다. 학습적인 것은 수학 복습과 동화책 소리 내서 1권 읽기가 전부였다.

아이가 체크 리스트에서 해야 할 일을 확인하고 다하고 난 뒤에 체크 박스에 체크를 하는 연습을 하니 등교 준비나 하교 후에 책가방을 정리하는 습관을 자연히 익힐 수 있었다. 생활 습관이 익숙해진 1학년 겨울방학부터 학습적인 것만 학습 플래너를 사용해서 체크하며 할 수 있도록 했다.

 

  학습 플래너를 이용해서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온라인 수업을 해야 하는 올해 빛을 발했다. 음독(낭독)연습과 수학 복습, 국어 복습, 영어 독서 등의 스스로 하는 복습과 온라인 수업으로 EBS 방송과 과제도 빠짐없이 매일 할 수 있었다. 처음 온라인 수업을 시작할 때는 아이도 처음이고 부모인 나도 처음이라 우왕좌왕 했지만, 몇 주가 지나고 나니 점점 편해졌다. 선생님이 내주신 과제를 학습 플래너에 적어주고, 아이가 다 하고 나면 정확하게 했는지 확인만 하면 되었다.

  지금은 학습 플래너에 해야 할 공부 목록 작성을 내가 대신 해주고 있지만 고학년이 되면 하루 학습 계획을 스스로 세우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해가 바뀌면 바뀔수록 자기 주도 학습을 할 수 있는 아이로 점점 성장해 갈 것이다.

 

맺으며

  ‘나의 아이가 성인이 된다면 어떤 사람이 되면 좋을까?’ 라고 가끔 생각해 본다. 주어진 일은 하기 싫더라도 마무리할 수 있는 책임감 있는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고, 힘든 일이 닥쳐도 고민하고 해결하려는 의지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스스로 발전시키고 성장할 수 있는 지혜와 삶의 원동력을 책에서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교육이 아니라 스스로 하는 공부 습관으로 내가 상상했던 아이의 미래 모습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하기 싫지만 주어진 학습을 매일 하는 꾸준함과 풀기 어려운 수학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며 느꼈던 성취감과 처음 해서 어려웠던 학습도 연습하면 잘 할 수 있다는 경험을 통해 단단한 성인으로 성장하리라 믿으며 기대해본다.